가끔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이미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내 어린 모습이 생각이 나곤 하는데,
이 책의 화자를 보고 그 때 그 기억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길게는 초등학교때, 가까이는 1년,2년전 나 자신이 성숙하다고 느꼈던 순간들.
이 책의 화자를 보면 그런 모습이 상상되어 귀엽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다 읽은 후, 어리다는 것과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모호하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의 '나'처럼 어렸을 때도 나는 꽤 어른이다 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되돌아보면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내모습을 보니,
물질적인 나이라는 것과, 관념적으로 내가 얼마나 성숙했냐라는 것 모두 상대적이고 마땅히 규정짓기 힘들다고 느꼈다.
마치 이런 생각자체가 그 때 보다 성숙 했다라고 치부할 수는 있는 것인가, 그 의미를 규정할 척도 자체가 나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 시점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은 분명 할 것이다.
그래서 항상 사람은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성숙함을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만나고,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특별한 경험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인지, 그러한 경험없이도 시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확실 한 것은 어떤 경험이 존재하고 하지않고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이 좋아해야할 일인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은 것 같다.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성격임에도 하나같이 순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책 자체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마저도 무언가 순수 어리숙(?)한 모습이 들어나는 것은 실제로 세상 어른들이 그렇다기 보다는 이 작은 화자를 통해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그런 시선으로 어른들의 어리숙함을 보여주고 싶던 작가가 서술한 어른들의 본모습일 수 도 있을 것 같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강렬한 사건에 사로잡혀 책장을 빠르게 넘기는 책들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럴때면 마치 내가 다음장을 빨리 넘어가기위해 집중하고, 숙제처럼 바쁘게 책장을 넘기는 모습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에 비해 무언가 여성성(?)으로 느껴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이 책의 작가와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한 것은 그 사람들의 마음도 그만큼 순수하고, 진솔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지 모른다. 혹은 내가 이 책이 좋기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테레사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언급을 한다.
나는 이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특히 좋은 책,이 말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내가 좋았던 책을 읽는 사람이 그럴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도 어떤 사람처럼 이 책이 좋고, 의식적으로 이 책과 그 속의 분위기, 기억을 더 아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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