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제목이 반어적이다. 사실상 맞았던 예감은 하나도 없기때문이다.
요즘 들어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기분이다.
사고의 전환, 작가와의 소통, 약간의 지적 허영심, 구조상의 아름다움, 복선, 궁금증과 긴장감 까지 읽는 동안 풍성함과 고뇌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1부에서의 에이드리언의 철학적인 지식과, 2부에서의 토니의 경험속 대립과 일치.
작가의 복선, 토니의 시선속에서 추측과 진실 사이에서의 감정이입을 통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맨 마지막페이지에서의 반전을 통해, 책을 다 읽자마자 첫페이지를 다시 펼치고 싶어지는,
다시 읽었을 때도 만족스럽고, 마치 새로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가벼운 철학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추리소설같은 장르 소설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작가가 말하려하는 책속에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역사와 인생에서의 인과 관계와 한 인간의 무지, 무능, 무기력에 대해 표현하기에
이 책의 수많은 장치와 요소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을 좋지못한 인간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도, 그안에서 내가 보이고, 나의 지난 삶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사랑,결혼,시간에 대한 의견.
사람은 자기자신에게 관대하곤 한다.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경험을 미화하고, 정당화하고 큰 잘못을 작은 잘못으로 바꿔 기억하곤 한다.
이와 관한 내용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그래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다시 돌아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고, 이랬던 사람이고,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회한의 주된 특징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데 있다."
나는 과거를 미화하고, 나의 사랑과 행동을 포장하고, 다시 후회한다.
사실 나는 그럴 이유가 전혀없다.
어차피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후회하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사실을 알면서 반복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상처를 감추고, 부족한 나의 인격에 대한 존중과 포장을 하려는 반사적인 자기 방어 기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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